Egloos | Log-in  


어째서 우리가 모든 노인을 공경해야만 하는가?

    한창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지하철 파이터 할머니' 사건에 대한 단상이다. 흔히 '지하철 패륜녀'라고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런 제목을 붙이려면 패륜녀가 어느 쪽인지 먼저 밝히는 게 순서 아닐까 싶다. 물론 내 생각에 패륜녀는 제 정신이 아님에 분명한 노인이다. 손녀뻘의 어린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거듭 사과하는대도 부모욕을 비롯한 쌍욕을 퍼부어대고, 그 말에 욱한 소녀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이 패륜이 아니면 무엇일까. 사전에서 의미를 따오는 행위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경우에는 좀 따 와야겠다.

패ː륜 (悖倫)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 어그러짐. 또는 그런 현상. 파륜(破倫).

    먼저, 난 저 노인이 참된 의미의 '인간'이 아니라고 말하겠다. 흔히들 '인간이 덜 되었다'고들 한다. 여기서 '된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 나이를 떠나서 도리를 알고 실천할 줄 아는 사람이 '된' 인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 할머니는 '인간'이 아니다. 물론 소녀도 '인간'은 덜 된 것 같지만 아직 어리다는 점에서, 충분히 나이를 먹고도 (34년생) 개념없는 노인과는 다르게 참작이 가능하다.

    조금 얘기를 진행시켜보자. 우리가 타인을 존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대개 대답이 다르겠지만, 나는 "나도 타인에게 존중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기억은 희미하지만 초등학교의 도덕 시간에서도 배운 개념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타인을 존중하는 그 바탕에는 그들도 같은 경우에 우리를 똑같이 존중할 거라는 기본 의식이 깔려있다. 이것이 바른 사회를 만들어가는 기초적인 정신이며, 이 같은 존중이 일상화된 사회야말로 바른 사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혹은 의식적으로 타인에게 존중을 행하게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는 이런 호의를 악용하는 개같은 종자들이 있다. '지하철 패륜 할머니'는 우연히 수면 위에 떠올랐을 뿐이지, 그녀 외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배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자신의 권리인 양 행세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개같은 종자' 중에서, 내가 특히 범위를 좁혀 조명해보고 싶은 것은 몰지각한 일부의 노인들이다.

    삼강오륜으로 대표되는 유교 정신- 특히 오륜 중에 장유유서라는 말이 있다. 연장자와 연소자의 사이에는 엄격한 질서가 있다는 뜻이며 주로 어르신들에 대한 공경과 배려를 말할 때 인용된다. 젊은 사람들보다 먼저 태어나 세상을 겪은 그들에게는 젊은이들에게는 없는 지혜가 있기 때문에 그들을 귀하게 여기고 고개를 숙여온 것이다. 그런 좋은 뜻의 미풍양속이 세대를 거쳐 내려 오면서 점점 변질되어 이제는 몰상식한 늙은이들의 방패로 쓰이고 있다. 버스에서 임산부를 쫓아내고 자리를 차지해도, 손녀뻘 되는 아이에게 부모욕을 퍼붓고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겨도, 성서를 들고 다니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죄없는 사람들을 악마로 몰아가도 그들은 노인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그들의 당연한 권리인 양 행세한다.

    왜 우리 (젊은이) 들은 그런 염치없는 노인들마저 존중해야 하는가?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존중하려면 우리는 조두순 같은 악질 범죄자마저도 존중해야 하는가? 너무 심한 비약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지하철의 패륜 노인이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는 보기 힘든 점", "(상대적으로) 강자인 자신의 입장을 이용해 약자를 폭행한 점"의 두 가지 측면에서 조두순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법으로 금지만 안 되어 있으면 애를 말 그대로 '잡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저 노인에게 우리가 배울 만한 '연장자의 지혜'따위는 없음에 틀림없다. 아니, 없다.

    이제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한다. 연장자, 연소자 할 것 없이 사회 전체가 말이다. 연소자는 물론 기본적으로 연장자를 존중하되, 그럴 만한 가치가 없는 연장자에게는 개념없는 젊은이가 그렇게 취급되듯이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는 것을 사회 전체가 인지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다. 연장자는 자신을 존중해주는 연소자의 배려를 당연한 것으로 느끼는 뻔뻔함을 버리고 그들에게 고마워하며, 자신 또한 연소자를 배려하고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줘야만 할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는 노인이라면, 우리는 그들의 남은 생애를 위해서라도 무시와 냉대, 혹은 더한 방법으로 그들에게 반성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by 耽音病者 | 2010/10/06 00:11 | 狂想 | 트랙백 | 덧글(6)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